부모약속, 자꾸 "약속했잖아~" 지켜야지 하면 가슴이 답답해져요

2023. 5. 12. 09:03똑똑육아

부모약속, 자꾸 "약속했잖아~" 하면 가슴이 답답해 져요.

부모와 아이가 막 장난감을 사러 나가려는 상황이에요. 부모가 현관에서 거실을 둘러보니 좀 전에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이 어질러져 있습니다. 아이는 얼마 전 부모와 '자기가 가지고 논 장난감은 반드시 자기가 치운다'라는 약속을 했었어요. 부모는 아이에게 약속대로 장난감을 빨리 치우라고 합니다. 지금 아이의 마음은 장난감을 살 생각에 한 껏 들떠 있어요. 그런데 부모는 빨리 치우지 않으면 아예 장난감도 사주지 않을 거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아이들은 훌쩍이면서 장난감을 치워요. 이럴때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요?

 

'약속은 참 무서운 것 같아요' '엄마가 약속했잖아' 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어요. 갑자기 난 무기력해져요. 그런데 내가 그 약속에 동의한 건 아니잖아요. 엄마가 일방적으로 정했잖아요. 엄마가 말하는 약속은 대부분 엄마 마음대로 정한 거예요. 그래놓고 안 지키면 나만 나쁜 사람이래요. 엄마도 약속 안 지키면 좋겠냐고 물으면 나는 도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돼요?

 

부모들은 아이들을 재촉하기 위해서 이렇게 말해요. '너 약속했잖아. 네가 약속 안지키면 나도 약속을 안 지킬거야' 앞의 사례 상황이면 장난감을 안 사주겠다는 말입니다. 아이는 얼마나 속상할까요? 부모가 융통성이 없는 겁니다. 이때는 아이의 마음을 먼저 보고 약간의 유연성을 발휘해야 해요. '네가 가지고 논 장난감은 네가 치워야 하는 것이 맞아. 갔다와서 꼭 치우자'라고 말해줘야 합니다. 약속은 아이에게 정리를 가르치기 위해서 한 거예요. 약속을 위해서 약속을 한 것은 아닙니다. 그 순서는 좀 달라져도 돼요. 그런데 이렇게 말씀드리면 많은 부모들이 궁금해 합니다. '아니, 그렇게 나갔다 와서 안치우면요? 그러면 약속을 안 지킨 꼴이 되잖아요?' 이 상황에서 더 중요한 것은 약속을 지키는 것보다는 아이가 자신이 가지고 논 장난감을 치우는 일이 자신의 할 일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거예요. 이것을 배우는 것은 단번에 되지 않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계속 가르치고 지켜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나중에 와서 안 치우면 어떻게 할까?' 를 미리 걱정해 약속을 위한 약속을 만들어 놓은 것이 별로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에요. 육아에서는 많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상황마다 핵심과 비핵심, 주용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이 매번 달라요. 하지만 융통성이 없는 부모들은 유연성을 발휘하면 육아 태도에서 일관성이 무너질까봐 지나치게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매번 '약속했잖아, 약속은 지켜야지'를 강조합니다. 아이들은 그 말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아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매우 상위 레벨의 명제라 하기 싫어도 꼼짝없이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욕구 불만이 생기고 무력해집니다. 좌절감을 맛보기도 해요. 부모들은 의외로 아이와 한 약속을 잘 잊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중요한 것인데 부모 입장에서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닌 거지요. 아이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겁니다. 평소 '약속'을 강조한 부모일수록 이런 작은 약속을 어겼을 때 아이 가슴에는 못이 박혀요. 그렇다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중요지 않을까요? 당연히 중요합니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가르쳐야지요. 여기서 핵심은 약속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수 많은 육아 상황에서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야 할 때 '약속하자'라는 말을 너무 많이 붙이고 있다는 겁니다. 앞의 상황에서처럼 '네가 가지고 논 장난감은 네가 정리를 하는거야'를 가르치고 싶다면 그냥 그렇게 말해주면 돼요. 그런데 '네가가지고 논 장난감은 네가 정리하는거야. 약속해' 라고 합니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면 '소리 지르지 말고 잘 말해도 엄마가 들을 수 있어. 다음에는 소리 지르지 말고 좀 작게 말해보자'라고 말해주면 될 것을. '다음에는 소리 지르지 않기로 약속'이라고 해버려요. 그리고 아이가 정리를 안하거나 소리를 지르면 '약속'을 이야기 합니다. 이렇게 되면 정작 가르치고 싶었던 것을 가르칠 수가 없어요. 왜냐면 부모 또한 '약속'이라는 단어에 갇혀 유연성을 발휘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약속'이라는 말을 붙이지 말고, '이건 꼭 배워야 하는 중요한 거야. 네가 따라줬으면 좋겠어' 라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자신에게도 '약속'대신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겠어' 정도로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다이어트를 함녀서 어느날은 더 먹기도 하고 어느날은 또 지키기도 하면 괜찮아요. 매일 운동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이도 우리도 오랜기간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조금씩 일보하면 되는 거예요. 한 번에 다다르지 못해도, 여러번에 다다라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면 그것으로 괜찮은 겁니다.

잘노는 해쪼